국내여행

일도 여행도, 제주에서 웃다 – 직장 동료들과의 출장기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채널 2025. 3. 26. 23:55

 

🌿 일과 쉼 사이, 동료들과 떠난 제주도의 기억

‘출장’이라는 단어는 보통 조금은 무거운 느낌을 동반한다. 시간에 쫓기고, 업무에 집중해야 하고, 자유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전제가 깔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우리 팀은 조금 다른 출장 일정을 떠났다. 목적지는 제주도. 2박 3일 일정으로 열리는 지역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남는 시간엔 가벼운 여행까지 곁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노트북과 기대감을 챙겨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 출발부터 웃음으로 시작된 출장길

김포공항 출발은 오전 9시. 회사에서 단체로 예약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단체 채팅방은 활기를 띠었다.
“제주 날씨 19도래요. 서울보다 8도 높음!”
“우산 챙기셨나요? 일기예보에 비도 약간 있다네요.”
“근데 회의 끝나고 흑돼지 먹을 생각 하니까 벌써 신남ㅋㅋ”

같은 팀원, 같은 사무실, 같은 업무 속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사이였지만, 공항에서,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어쩐지 한결 가벼워 보였다. 단체 유니폼 대신 편한 니트와 바람막이 차림. 출장이라는 말보다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 호텔 체크인과 첫 일정, 회의보다 가까워진 사이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나눠타고 예약된 호텔로 향했다. 숙소는 제주 시내에 위치한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 체크인 후 잠시 짐을 정리한 뒤, 바로 회의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컨퍼런스 자체는 알차고 진지했다. 지역 기업들과의 네트워킹, 발표 세션, 실무 워크숍까지 이어지는 빽빽한 일정. 하지만 다들 진지하게 임하면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진 않았다. 회의 사이 틈틈이 서로를 찍어주고, 발표가 끝난 후엔 “잘했다”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서, 나는 평소보다 더 인간적인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대망의 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 제주 흑돼지와 맥주 한 잔, 더 가까워진 우리

호텔 근처의 흑돼지 전문점. 고기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운 그곳에서, 우리는 하루의 피로를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날려버렸다.
“서울에서 먹는 고기랑 차원이 다르다…”
“이건 출장 보너스 인정이지!”

고기 위로 소금과 마늘을 얹고,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고기만큼이나 풍성한 건 대화였다. 평소 사무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회사 밖에서의 삶, 취미와 가족, 가끔은 연애 얘기까지. 잔이 오갈수록 벽이 무너지고, 사람 사이엔 웃음이 더해졌다.

술에 약한 선배는 웃으며 “내일 아침 산책은 못 가겠다”고 선언했고, 평소 조용했던 후배는 “다음 출장도 꼭 제주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즈니스 여행이 이렇게까지 따뜻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둘째 날, 바다와 바람 사이의 여행

컨퍼런스 일정은 오전에 마무리되었고, 오후부터는 자유시간이었다. 일부는 호텔에서 쉬고, 우리는 다섯 명이 모여 택시를 타고 애월 해안도로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점점 가까워졌고, 짧은 드라이브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곽지해수욕장 근처에서 택시를 내려, 우리는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초겨울 제주는 여전히 온화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한 동료는 운동화를 벗고 모래사장을 걸었고, 누군가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같이 일만 하던 사이에서 이렇게 바다도 보니, 진짜 사람처럼 느껴진다.”
누군가가 장난처럼 말했지만, 그 말은 이상하리만치 진심처럼 들렸다.


카페, 노을, 그리고 대화

산책 후 찾은 애월의 오션뷰 카페. 큰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였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다들 동시에 창밖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여기서 노트북 펴놓고 일하면 바로 창의력 +300일 듯.”
“야, 그러면 일 말고 아무 생각도 안 날걸…”

진한 커피 향과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이며, 우리는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늘 회사 안에서만 이야기하던 사람들과, 회사 밖에서의 삶을 공유하는 시간은 묘하게 마음을 풀어줬다. 다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의 이야기엔 귀를 기울이고, 웃음으로 반응해줄 줄 아는 사람들이란 사실이 고마웠다.

저녁이 되자, 하늘은 주황빛 노을로 물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잔잔한 파도 소리는 말없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 마지막 날, 성산일출봉에서의 새벽

셋째 날 새벽, 몇몇이 아침 일찍 성산일출봉에 오르기로 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 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두운 새벽길을 걸으며 도착한 성산일출봉. 차가운 공기와 묘한 긴장감 속에 정상에 도착했을 때, 수평선 너머로 해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붉은 빛이 점점 하늘을 채우고, 따뜻한 햇살이 얼굴에 닿는 순간, 우리는 모두 말없이 해를 바라봤다.

그 조용한 순간이 오래 남았다. 마치 마음속에 무언가 하나 정리되는 느낌. ‘내가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실감했던 시간이었다.


🛫 돌아가는 비행기 안, 이어지는 이야기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다들 창밖을 바라보거나 조용히 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사진을 정리하고, 찍은 영상을 서로에게 보내며 웃음 짓는 모습이 따뜻했다.

“이번 출장, 좋았다.”
“앞으론 일만 하지 말고, 가끔 이런 시간도 있으면 좋겠어.”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일상 너머, 사람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

제주도에서의 2박 3일은, 그저 컨퍼런스를 위한 출장 그 이상이었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서가 아니라, 함께 걸으며 풍경을 나눈 동료이자, 친구로서 서로를 다시 발견했다. 평소엔 모르고 지나치던 작은 습관, 눈빛, 웃음들. 그 모든 것이 제주도의 햇살과 바람 속에서 더 잘 보였다.

돌아온 일상은 여전히 바쁘고 익숙하지만, 가끔 모니터 사이로 보이는 동료의 얼굴에서 제주도의 햇살 아래 웃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버틸 힘을 얻는다.

출장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에겐 뜻밖의 여행이, 그리고 우정이 남았다. 그리고 그건 아주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