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통장엔 209만 원이 있었다.
그중 200만 원은, 지난 6개월간 진짜 말 그대로 아껴서 모은 돈이었다.
점심은 삼각김밥, 커피는 믹스, 회식은 끝나기 전 살짝 빠졌고,
자동이체로 나가던 스트리밍 서비스도 끊었다.
유일하게 안 끊은 건 주식 앱.
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생각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꿈같은 수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그래, 나도 한 번쯤은 돼봤다"는 경험이 갖고 싶었다.
나는 그걸 양자컴퓨터에서 찾았다.
📺 다들 간다는데, 나는 왜 못 가?
양자컴퓨터. 이름부터 미래였다.
‘양자얽힘’, ‘큐비트’, ‘초전도체’, ‘비트코인의 해시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기술’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양자컴퓨터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2024년 말부터 몇몇 테마주들은 단숨에 2~3배씩 급등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엔 뒤늦게 들어가면 진짜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암호화폐에선 고점에 숏 쳤다가 청산,
2차전지에선 1억 태웠다가 반토막,
이젠 더 물러설 곳도 없었다.
마지막 남은 200만 원.
이건 지키는 돈이 아니라, 키울 돈이었다.
💡 내가 고른 종목 – 200만 원의 미래
검색을 반복했다.
"양자컴퓨터 수혜주",
"삼성 관련 양자주",
"양자 + 인공지능 융합 기업"
그 결과,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세 종목이 있었다.
- A사: 양자통신 부품 공급 이력 언급
- B사: 미국 양자컴퓨팅 스타트업과 MOU 체결 루머
- C사: 자회사 중 하나가 ‘양자’라는 단어를 넣은 신규 사업 설명회 발표
종목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건 다들 모르고 있는 재료야. 아직 덜 반영됐어."
"정보가 퍼지면 퍼질수록 더 오른다. 지금이 저점이다."
결국 나는 B사에 200만 원을 전부 넣었다.
그 회사가 양자컴퓨터랑 얼마나 관계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오르고 있다는 것.
나는 몰빵했다.
🚀 첫날, 드디어 시작된 나의 황금기?
다음 날, B사는 장 초반 +8% 급등으로 시작했다.
내 계좌는 반짝이며 수익 구간에 들어섰고,
잔고는 200만 원 → 216만 원이 되었다.
"됐어. 진짜 됐어."
나는 점심시간을 거의 굶으며, 계속 주가를 확인했다.
장 마감 직전, 주가는 7.2% 상승으로 마감했고,
수익은 약 14만 원.
단 하루 만에. 한 달 치 교통비 수준의 수익.
그리고 그건, 나에게 작은 자신감 이상의 의미였다.
"이번엔 진짜, 내가 먼저 탄 거다."
⚠️ 하지만 그다음 날, 분위기가 이상했다
시초가는 약보합.
하지만 10시 이후 급락 시작.
"단순한 조정이겠지."라고 믿었지만, 거래량이 말해주고 있었다.
고점에서 개미만 붙잡힌 구조.
오후엔 -5.3%로 마감.
내 수익은 순식간에 -8만 원이 되었다.
‘이 정도는 흔들기다’, ‘양자 뉴스 하나만 터지면 다시 간다’
그런 글들이 커뮤니티에 계속 올라왔다.
그 말들을 믿고 싶었다.
아니, 그 외엔 믿을 게 없었다.
📉 그리고 시작된 지옥의 일주일
- 화요일: 장중 -6%, 회복 없이 마감
- 수요일: 전일 종가 대비 -7.1%, 급락 이유 없음
- 목요일: ‘양자컴퓨터 대형 프로젝트 무산’ 루머 등장 → -9%
- 금요일: 기관 보유 물량 대량 매도 발생 → -12.3%
한 주 만에 내 계좌는
216만 원 → 123만 원으로 추락했다.
당황스러웠다. 이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었다.
뉴스는 없고, 반등은 없고, 매도만 있었다.
정확히 내가 2차전지에서 경험했던 그 흐름.
“아, 또야…”
🤯 "왜 나만 안 돼?" 라는 질문 앞에서
진지하게 물었다.
왜 나는 오를 땐 못 사고,
사면 꼭 떨어지고,
기회를 본다 하면 그건 꼭 ‘끝물’일까?
문제는 시장이 아니었다.
언제나 나는 테마를 샀고, 차트를 믿었고, 내 욕망을 우선했다.
- 양자컴퓨터? 무슨 기술인지 10줄도 안 읽어봤다.
- B사?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는 본 적 없고, 실제 양자 기술이 뭔지도 몰랐다.
- 투자 전략? 없다. 단지 남들보다 먼저 사서, 남들보다 비싸게 팔고 싶었을 뿐.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나는 기술이 아니라 꿈에 돈을 걸었고,
분석이 아니라 환상에 돈을 던졌고,
미래를 보기보단 내 현재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쫓고 있었다.
💸 최종 손실: -89만 원. 잔고: 111,200원
2025년 1월 26일.
나는 손절 버튼을 눌렀다.
보유 주식 B사는 2주 만에 -44%
손실액 89만 원,
200만 원은 다시 111,200원이 되었다.
이젠 뭘 사는 것도, 무슨 뉴스도 보고 싶지 않았다.
주식 앱은 폴더 안으로 밀어 넣었고,
양자컴퓨터라는 단어만 봐도 웃음이 나왔다.
허무함, 그리고 진심 어린 자괴감.
✍️ 그래서, 왜 나만 안 됐을까?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시장과 나는 늘 어긋나 있었다.
나는 지금을 못 참고, 과거의 환상과 남의 말에 기대서
‘기회’를 쫓아다녔고,
정작 내 계좌를 위한 전략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남들은 오르고, 나는 떨어질 때
‘왜 나만 안 돼?’라고 묻기 전에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돌아봐야 했다.
암호화폐도, 2차전지도, 양자컴퓨터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계속 남 탓을 하면서, 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시장보다 내가 더 위험했다.
💡 이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111,200원.
이건 어쩌면 진짜 내 순수한 ‘현금’일지도 모른다.
욕망 없이, 기대 없이,
그냥 다시 작은 종잣돈부터 쌓아갈 수 있는 기회.
투자는 끝이 아니다.
지금은 멈췄지만, 언젠가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단, 이번엔 몰빵이 아닌, 공부로
그리고 다른 사람의 유튜브 말이 아닌, 내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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